2006년 07월 01일
아기곰이 5일째 여름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처음 며칠은 고열에, 요즘은 기침에 고생을 하고 있지요.
앓고 있는 아기곰도 힘들겠지만 간병하는 엄마곰도 고생입니다. (아빠곰이요? 후후후... 노 코멘트!)
고열을 내고 있을 때는 엄마곰이 잠도 못자고 밤새 옆에 앉아서 간간이 체온도 재고 계속 물수건으로 닦아 체온을 내려주고 있습니다. 아빠곰이요? ... 노 코멘트라니까요.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아빠곰은 그런 건 엄마곰에게 다 맡기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겠지요. 하지만 여긴 일본입니다. 아직 일본어가 서툰 엄마곰은 혼자서 아기곰을 데리고 병원에도 못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빠곰은 외자계 회사에 다니는데 그것도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기에 정시에 출퇴근할 필요는 없는 일이랍니다. 그래서 아빠곰은 이번 일주일 동안 단 3일만 회사에 나갔습니다. 그것도 12시쯤 나가서 3시쯤 돌아오는, 거의 얼굴만 살짜기 비추고 오는 생활을 했지요. 그리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할 일은 다 했습니다.) 엄마곰을 잠시 쉬게 하기 위해 40도 가까운 고열을 내는 아기곰을 차에 태워 아빠곰이 좋아하는 피규어 가게랑 서점을 돌아다니기도 했지요. 뭐, 물론 아기곰도 원한 일이었지요. 열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어도 '집에 안가구, 서점 갈래'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니까요.
하여간, 고열이 내리고는 요즘은 기침과 콧물로 밤에 잠을 잘 못 이룹니다. 엄마곰은 자다가도 아기곰의 호흡이 불규칙해지면 등을 두들긴다, 물을 먹인다 하며 열심히 간병을 하고 있지요. 잠도 못자면서요.
아빠곰은 워낙에 한번 잠들면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모르는 체질이라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매일 아침마다 구박만 받고 있습니다. 안 일어나면 발로 차도 된다고 해도 차지는 않고 다음날 아침에 구박만 합니다. (이상한 성격이죠?)
또 오늘은, 엄마곰이 아기곰에게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다고 졸라서 라이온킹을 예약했더니 35,000엔 가량이 드는군요. 몇시간이나 공연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 돈이면 제법 괜챦은 온천에 가서 하루 푹 쉬다 올 수 있는 액수입니다. 그러면서 이런걸 더 자주 해야 하니 돈을 더 벌어 오랍니다. 네, 기가 막힙니다.
아빠곰은 개인적으로 별로 물욕도 없고, 사치도 즐기지 않는지라 실은 돈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아기곰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보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선 보다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아빠곰은 예전엔 자기가 좋아서 일을 했지만 이제는 돈을 더 벌기 위한 일을 생각합니다. (물론 아예 재미가 없다는 얘긴 아닙니다만..) 아빠곰의 현재의 수입 자체도 적은편은 아닌지라 아마도 엄마곰과 둘이서 재미있게 살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 수도 있는 액수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기곰의 존재로 인해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지금 방에서 세상 모르고 편안히 자고 있는 아기곰을 보며,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넘이 나중에 커서 이런 부모의 고생을 과연 알까요?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어느정도 이상 희생하고 살겠지요. 아빠곰도, 엄마곰도 그 중의 일부이겠지요. 그리고 아빠곰이나 엄마곰에게도 또 부모님이 있지요. 옛말에 내리사랑이라고 하더니만, 아마도 이게 끝없이 순환되는 무한루프인가 봅니다.
(선견지명이 있는 아빠곰은 이럴 거 같아서 예전부터 아기 낳기싫다고 했었는데... 이미 아기라고 하기엔 너무 덩치가 큰 넘이 저 쪽에서 쌔근거리며 자고 있습니다. 물리기엔 너무 늦었죠... )
# by 현지맘 | 2006/07/01 00:19 | 아빠곰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